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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면

오일장- 자인장

 

 

-  고등어 -

 

오일장은 닷새 만에 서는 전통적인 시골 장이다. 지금은 큰 지역을 중심으로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 뿐 대부분 사라지고 없다.

 

옛 장날을 잊지 못해 청도 풍각 장을 찾아간 적이 있다. 늦게 도착해서인지 장은 파장 무렵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장날의 백미인 국밥집이 전을 거두지 않아서 내심 얼마나 반가워했는지 모른다. 아내와 함께 돼지국밥 한 그릇씩을 시켜놓고 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실은 삐거덕거리는 나무의자에서 먹는 장터 국밥 생각에 나선 걸음이었다.

시골의 장날은 외부로부터 소식을 듣기도 하고 전하기도 하는 소통의 장소였다. 장날이 되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나온다, 온통 잔치 날과 같다. 우리 면의 장날은 2일과 7일에 열리는 이 칠장이다. 아침 일찍부터 뒤 숲 길목에는 장사꾼이 늘어서 있다. 안골에서 나오는 되 좋은 각종 곡물을 먼저 사기 위해서다.

 

 

 

- 잡화전 -

 

장에는 옷을 파는 포목전이 제일 번잡하다. 무명바지를 입었던 시절에서 나일론 옷감이 선을 보였기 때문이다. 다음은 어물전이다. 간 갈치가 오래 먹을 수 있어서다. 옹기전도 생활과 밀접해서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었다. 방 천 너머 개울에는 적은 규모지만 소를 비롯한 흑염소, 닭, 토끼 등의 가축 시장도 형성되었다. 그 뒤로 가마니 파는 곳에도 사람들로 들끓었다. 돼지국밥을 파는 난전과 굵은 소금을 찍찍 뿌리면서 꽁치를 구워대는 술도가는 온종일 흥청거린다.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꽁치를 마음껏 구워먹을 수 있을 덴데…’ 물끄러미 바라보곤 했다.

 

 

 

- 포목전 -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이 또 있었다. 물이 새는 헌 고무신을 때우는 담벼락 앞이다. 검정 고무신 한 켤레 싸기가 쉽지 않은 그때는 고무신을 때워서 신었다. 그 옆에는-춘향전, 장화홍련전, 임경업전을 펼쳐 놓은 노점 책전이 있고, 호미나 낫과 쇠스랑을 만드는 대장간도 풀무질에 벌겋게 달아오른 불꽃처럼 사람들로 붐볐다. 한 시대를 풍성하게 달궜던 고향의 오일장은 세월의 변화에 밀려 오래전 사라지고 말았다.

 

- 과일전 -

 

지난봄, 아침 일찍 동곡 장으로 봄나물을 사기 위해 갔었던 날도 있다. 장은 10시 이, 전에 바짝 섰다가 폐장이 되는 도회지의 번개시장과 같았다. 이 골짜기 저 골짜기에서 나오는 버스는 짐 보따리를 든 나이던 분들을 쏟아낸다. 그를 적마다 도회지에서 온 중간 수집 상인들이 우르르 몰려간다. 서로가 먼저 흥정하려고 짐을 낚아채 골목으로 좇아가기도 한다. 일부 노인네들은 상인을 밀치고 시장 안으로 가서 보따리를 푼다. 상인들은 물건은 본체만체 하면서 가격만 툭툭 던지고 지나간다. 파는 사람과 살 사람들 간에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를 하는 셈이다. 그것을 보고 있으면 순수했었던 인심은 간 곳이 없고 눈치만 남아 있는 것 같아 씁쓰레한 마음이 든다. 새순의 가죽 잎사귀와 엄나무 잎 몇 단을 싸서 돌아섰지만, 시골장의 넉넉함도 옛날은 아니었다.

 

 

 

- 채소전 -

 

풍각 장과 동곡 장을 다녀온 후로 가까운 자인 장과 고령 장도 몇 번 둘러보았다. 3․ 8장인 자인 장은 철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곡류가 많은 편이다. 봄에는 각종 과일 묘목도 나온다. 조금 멀긴 해도 고령 장은 재래시장 현대화로 말미암아 아케이드가 설치되는 등으로 순수한 옛날의 맛은 느낄 수 없었다. 최근 돼지 곱창구이가 유명세를 타고 있기도 하지만, 대물림한 대장간을 찾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했다.

 

 

 

- 잠화전 -

 

요즈음은 오일장뿐만 아니라 대도시의 큰 시장도 날로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다 한다. 변화의 시대에 편리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충족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상권의 변화도 재래시장을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오일장은 백성의 삶의 애환이 그대로 담겨 있었던 곳이다.

 

문득 고향 사람들의 내~음이 배여 있던 그 장날이 그립다.

 

 

 

- 쌀을 팔아서/고향 정미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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