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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면

기차~10시간을 타다.

함박눈이 내린다기에....

여행길을 나섰다. 그것도 기차로 떠나면 얼마나

아름다운 여정 길 일까 싶어서....


한데...

길 목은 봄이 기지개라도 켜듯이

지난번 내린 잔설마저 걷어치우는

따사로움으로 길손을 맞았다.


이~따끔

산허리를 돌아서는 굽~ 굽이굽이 마다

산야는

아직도 새하얀 눈 이불을 덥고 있기도 했다.

<여행 일정>

󰋼 일 시 : 2007.1.27(토)

󰋼 곳 : 기차 길(중앙선/태백선/영동선:동대구→영주→제천→통리

→동대구)

󰋼 일 정

- 06:30:동대구 출발(강릉행 기차)

- 08:52:영주도착

- 08:52~10:10:아침식사(영주역 앞/김밥, 우동)

- 10:10~11:14:이동(영주→제천)

- 11:30~14:20:제천관광(장락사 칠층탑 외 6곳)

- 14:26~16:26:이동(제천→영월→태백→통리)

- 17:16~21:43:이동(통리→봉화→영주→안동→동대구)

*유적지를 안내해 준 "이 봉성"기사님의 연락처 입니다.

H.P:010-6241-5678(제천개인택시 충북33아5678호)

그 길목은

새벽 찬 공기를 가르며 동대구 역사를 벗어나면 어둠속에 하양을 지나고 어느새 영천에 다다른다. 역을 지날 때 마다 차내는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자꾸만 채워진다.

“의성 탑리오층석탑”(국보 제77호)이 있는 탑리역을 반 시간쯤 지나면 안동에 닿는다. 날은 어둠에서 깨어났지만, 하늘은 잔뜩 찌푸린 날씨로 금세라도 눈을 퍼부을 것 같아도...하늘 끝머리를 쳐다보면 눈이 내릴 기세는 없어 보인다.

기차는 플랫홈에서 잠시 숨을 고른후 다시 갈길을 재촉한다. 웅천을 지나는 차장 밖의 산야는 설화가 아름답게 피어있다. 그래도 새벽을 나선 여행자를 모처럼 기쁘게 만들어준다. 평은역을 돌아서면 예천의 회룡포 처럼 아름다운 평은마을이 왼편으로 다가서진다.


강물이 맑고 백사장이 넓은 내성천 강가의 미루나무가 고향을 지키고 서 있는 문수역을 지나 영주에 들어서서 내렸다. 애초에 강릉행 기차를 타고 통리역을 지나 도계까지 가려고 했었는데 주말이 되어서 좌석이 없었다. 하는수 없이 제천으로 올라가서 영월, 태백으로 해서 통리에서 돌아내려 오기로 하고 나선 걸음이다.

굳이 도계까지 가고자 마음을 먹었음은 통리에서 도계로 넘어가는 스위치백 구간(흥정~나한정역/1.6Km)을 솔안터널(16.24Km/‘09년개통예정/국내최장)이 개통되어 사라지기 전에 한번 더 가보고 싶어서 였는데...아쉽기가 그지 없었다.


영주에서 제천행을 갈아타는 시간을 이용하여 중앙시장 입구에 있는 진빵집으로 냉큼 찾아갔다. 찐빵 맛이 얼마나 맛이 있는지 한 5~6년이 넘었지 싶은데도 영주에 들릴 때 마다 찾아가는 곳이다. 아침부터 주인 부부가 열심히 밀가루 반죽으로 빵을 만들고 있는데 예전만 못하다 했다.


김밥 한줄과 우동으로 아침을 때우고 제천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차 안은 서~너 사람도 안되어 보였다. 승객이 이렇게 적게 타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잘 다듬어진 도로망과 넘쳐나는 자동차 때문일 것이다. 더군다나 기차가 제천에서 충주, 조치원으로 해서 가는 대전행으로서 웬만치 느긋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탈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인삼으로 유명한 풍기 시내로 들어서자 좌측으로 백두대간의 도솔봉 자락이 우뚝 솟아 보인다. 온통 눈을 흠뻑 뒤집어 서고 있는 남쪽 끝자락으로 몇 해 전 한낯 8월 뙤약길을 걸어서 넘어왔던 고항치도 보였다. 기차는 오른편으로 겨울 칼바람 명성의 소백산 죽령 고개를 헐떡이면서 넘어서 남한강 철교를 건너 중원의 고장 제천에 이르렀다.


중원의 고장 제천의 자랑은 뭐니~뭐니 해도 의림지일 것이다. 삼한시대 3대 수리시설(의림지/벽골제/수산제)중의 한곳으로 역사책에 실려 있는 곳이다....

의림지의 빙어와 손 두부 맛은 지난번 여정 길에 둘러 보았기에 역사를 빠져나오자마자 택시를 흥정하였다.

서강 절벽위의 "원호 유허비 및 관란정"(시도기념물제92호)을 찾았다. 관란정은 유배지 영월에서 죽임을 당한 단종 임금의 넋을 기리기 위해서 생육신의 한사람으로 추앙받은 원호 선생이 지은 정자라 했다. 돌아 나오는 길목에서 입석리 들녘의 “제천 입석리 선돌”(시도기념물제117호) 유적과, 1973년에 구석기시대 유적이 발견되었다는 점말리 마을 안자락 깊숙이 자리한“제천 점말리 동굴유적”(시도기념물제116호)도 찾았다.

실제로 찾아가보면 하찮아 보이지만 의미를 부여한다면 한없이 뜻이 깊고 소중히 간직하고 물려 주어야 할 문화유산들인데 관리상태가 안타까울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장락동 칠층 모전석탑”(보물 제459호)과, “한산사 석조여래입상”(문화재자료45호), 근대 건축물로 지정된 “제천엽연초 생산조합 구사옥”과 “엽연초 수납취급소”를 살펴보고 역으로 돌아왔다. 다음 행선지 태백선 기차길 여정을 위해서였다.


오후의 대합실은 발 디딜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제천은 일찍이 교통의 요지로서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렸는데 역 광장에 늘어선 택시들의 행렬이 대변하듯이 근래에는 절대 인구수가 많이 줄어 들어서 한가하다 했는데...


태백으로 가는 기차가 정시보다 10여분이나 지연 되었다. 어떤 사정에서 인지는 모르되, 정시성을 생명같이 해야 할 기차가 연착해서 들어왔음에도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단선 철길 운행의 어려움 때문일 것이라지만 고객의 입장에선 마음을 얼마나 조려야 하는지....특히 다음 행선지로 쫓기는 여행자에겐.....


1번 플랫 홈으로 열차가 들어왔다. 서울에서 강릉으로 가는 기차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오르자 기차는 육중한 제 몸뚱이를 움직였다. 석탄을 지펴서 달리는 시대를 지나고 디젤엔진에서 동력이 전기로 변경이 되었으나 거친 숨결을 내어뿜는 것은 마찬가지 같아 보였다. 장락동 칠층탑이 차창 밖으로 보이고, 제천을 먹여 살렸던 거대한 “ 아시아시멘트 ”공장과 또 하나의 육중한 체구의“ 쌍룡시멘트” 공장이 서있는 쌍룡역을 지나면 단종의 슬픈 넋이 서려있는 청룡포를 돌아서 영월로 들어선다.


영월은 예로부터 충절의 고장이라 많은 충신 열사가 배출 되었다한다. 몇 해 전에 들렸던 영월도 엄청난 변화를 격고 있었다.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이 어딜 가나 산과 강을 가로질러 뚫어지는 새 길들 이였다. 새로 닦고 있는 길들이 얼마나 그 지역의 물류와 관광객의 증진에 도움이 될런지 모르겠으나 아름다운 산, 강, 들녘을 파괴하는 엄청난 괴물 같아 보였다.


연하역을 스쳐지나 갔다. 누군가가 기차가 다니는 간이역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한 연하역을 지나면 기차는 더욱더 힘들어 한다. 예미역을 벗어나면 기차 길은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지금은 폐허가 된 함백역으로 올라가는 길과 조동신호장으로 가는 태백 본선이 산허리로 이어진다.

아직도 철길 옆으로는 오래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지만, 이따금 심산계곡에 어울리지 않는 고층 아파트들이 변화의 산물로 나타났다.

태백에서 상행(강릉발 -청량리행등)선을 이용하여 영월로 내려설 때에 발아래 보였던 기차 길(함백선)을 동경했었는데, 기차가 함백선으로 올라가고 있어서 흐뭇했다. 터널을 지나면서 두위봉(1,466m)산자락을 타고 오를 때, 건너편 산중턱으로 상행선 기차기 내려오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흥분되기도 했다. 기차 여행의 진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두위봉을 돌아 오른 선로가 현존 국내 최장의 루프식 터널(2.45Km) 기차 길로서, 예미역에서 함백을 지나 조동신호장으로 연결되는 태백 험준한 산을 타고 넘는 복선 기능을 겸하고 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해발 700m 고지에 위치한 자미원역을 넘어서면 가마득한 계곡 아래로 달려가는 또 하나의기차 길(정선선/증산-구절리)을 내려다 보면 아찔한 전율이 온몸을 파고든다.


증산역을 지나 사북과 고한으로 넘어들면 새로운 별천지가 시야를 어지럽게 만든다. 60~70년대 석탄산업이 활발했었던 시가지는 폐허화 되어있는데 반하여, 한켠으론 휘황 찬란한 불빛에 밤 낮을 가리지 않고 흥청망청 비틀거리는 사회를 바라본다.

회색빛 구름 사이로 해가 숨어들때 태백 시가지를 돌아 여행의 마지막 길목인 통리역에 내려섰다. 펄~펄 하염없이 내릴 순백의 세계로 훨훨 날아 가고팠던 춘심을 버리고,이제 다시 나를 찾아 나서야 하는 길로.... 걸어간다.


-함백으로 가는 길

-도솔봉의 설경

-영주역

-영주 중앙시장 입구 찐빵 집(연탄 난로가 정겹다)

-성신 시멘트 공장 전경

-제천 입석리 선돌(소원성취의 금줄이 주렁주렁...)

-장락동 칠층모전석탑

-한산사 석조여래입상

-증산역




-여행을 마치면서 (통리역구내...일상으로 싣고 갈 기차가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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