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고, 노랗게 물든 빛이 한옥마을 골목골목 기와 지붕과 담장 위로 내려앉는다. 무척 오랜만에 전주에 발을 디딘다. 고향의 고등학교 친구로서 30년이 넘게 우정을 가꾼, 세 가족 6명이 위드 코로나로 접어 들면서 나선 여행이다.
여정은 전주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여수로 내려가서 다시 하룻밤을 더한다. 그러고, 그다음 날 대구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올해, 유달리 찔끔찔끔 가을비가 잦았는데, 나들이 하는 동안은 날이 화창할 것이라 해서 상쾌한 마음으로 출발했다.
광주대구고속도로를 타고 함양 분기점에서 통영-대전을 잇는 고속도로로 올라선다. 남덕유산 육십령 고개를 오른편 멀리 바라보면서 장수 분기점에서 새만금-포항 고속도로(완주-장수)로 갈아탄다. 진안 마이산 휴게소에서 멋진 마이산 풍광을 눈에 담고, 완주 분기점서 순천-완주 간을 달리는 27번 고속도로, 동전주 나들목으로 나와 전주 한옥마을에 도착했다.
한옥마을 거리는 생동감이 넘쳐났다. 평일인데도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특히 수학여행 철이라서 인지, 젊은이들이 전통 한복을 입고 골목골목을 누비고 있었다. 넓고 곧게 뻗은 시가지의 가로수는 형형색색 가을 채비를 하고 길손을 맞았다.
“웬일인지 나는 원고를 쓸 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중략) 그저, 온 마음을 사무치게 갈아서 손끝에 모으고, 생애를 기울여 한 마디 한 마디 파나가는 것이다./최명희 문학관 팸플릿” “혼불”의 작가 최명희 생가이자 문학관을 둘러보았다. 작품은 일제 강점기(1930년대) 시대 몰락해 가는 양반가의 며느리 3대의 이야기다. 가문을 지켜나가는 여인의 삶과 한을 그리면서 호남지방의 새시 풍속, 관혼상제의 생활사를 불덩이처럼 그렸다. 밤새워 읽으면서 그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던 소회가 되새겨졌다.
조선(1392년)을 세운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어진)를 봉안하고 제사를 지내기 위해, 태종 10년(1410년)에 지어진 건물인 경기전으로 갔다. 아름드리 고목들의 울긋불긋 물들어 가는 전주의 가을을 만끽한다. 정전 옆 전주 사고, 왕실 시조 사당 조경묘, 어진 박물관 등은 게으름 탓으로 남겨두고, 예종대왕 태실과 비만을 둘러보고 길 건너편 전동성당으로 옮겼다.
전동성당은 조선시대(정조 15년.1791, 윤지충, 권상연 / 순조 원년.1801, 유항검, 윤지헌) 박해로 처형된 천주교도의 순교 터에 세워졌다 한다. 때 마침, 건물과 종탑의 보수공사를 하고 있어서 아름다운 건물의 자태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일부 제한을 했었던 성당의 안 모습을 둘러보고 나왔다. 서울 명동 성당을 설계한 프와넬 신부가 설계한 로마네스크 양식과 비잔틴 양식이 혼합된 아름다운 건물로 남아있다.
전주 부성 사대문 가운데 남문인 풍남문( 보물 제308호)을 둘러보았다. 이 문은 1389년 고려의 제34대 왕 공양왕이 건설했으며, 당시의 명칭은 명견루였다. 그러나 조선 시대 1767년(영조 43) 대화재로 소실되고, 재건된 이후 풍남문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지금에 이른다 한다. 오목대 (고려 말 우왕 6년(1380년)에 이성계가 운봉 황산에서 왜군을 무찌르고 돌아가던 중 조상인 목조가 살았던 이곳에 들러 승전을 자축한 곳) 공원 둘레 길에서 전주 한옥 마을을 내려다보는 경관은 전주의 또 다른 눈 호강이다. “전주 막걸리 한상”에 취한 첫날 밤이었다.
<여정 메모>
언제 : 2021. 11.4 (목) ~11.6(토) 2박 3일/제1일 차
어디 : 전주 한옥 마을, 경기전, 전동성당, 풍남문, 오목대
누구 : 6명 (일삼 청년회, 세 가족 부부 동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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