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잠 설친 걸음으로 가창면 행정 마을로 길을 나섰다. 작년에 몇 번인가 나들이 갔었던 행정리, 상원리, 단산리 일원의 아침 햇살을 머금은 황금 들판이 궁금해서였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라는 말을 들은 바 있어, 일출 시간(06:28분)을 맞추어 현장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낮과 밤의 일교차(15도)가 너무 커서 산골짜기를 덮은 아침 안개가 언제 걷힐지 모를 지경이었다. 선무당 사람 **** 했는데.
청도 금천면 임당리 고인돌을 만나러 팔조령으로 향했다. 안개로 가시거리가 30m 내외로 몽환의 세계로 가는 길 같았다. 유동 연못과 청도천 범곡리 고인돌 유적지를 지나고, 20번 국도 곰티 터널을 통과해 관하천을 따라 매전면 상평(신리)리와 관하(원정자) 마을로 들어섰다.
관하천을 사이에 끼고 상평리와 마주한 관하리(원정자 마을)은 물 맑고 풍치가 수려해 일직부터 청도의 한량들이 유희를 즐긴 곳으로, 2003년(태풍 매미?) 폭우로 주막이 모두 휩쓸려 버렸다 한다. 현재 보건 진료소와 옛 미곡창고가 남아있다. 냇가 맞은편 바위 위에 “군수 송요경 선정 애민비( )와 ”현감 조원붕 청덕선정애민비( )”가 세워져 있다. 지난해(2020.9.8.) 개통된 매전면 상평리 - 금천면 김전리((5.5km)를 잇는 돈치재(354.5m) 터널(580m)을 넘고 싶었다.
돈豚치재는 경산의 대왕산(615.7m) 지맥이 서남쪽 청도 방향에 자리한 큰골산(643.9m)을 지나 천주산(516.9m, 상평리 뒷산)을 오르기 전 동쪽 학일산(695.3m)으로 치닫는 고갯마루다. 다시 통내산(677.2m)과 토한산(629.7m, 매전면사무소 뒷산)을 달려 동창 천에 몸을 담근다. 군도 10호선을 달려 금천면 김전 마을로 나와 69번 국가지원 도로를 타고 동곡리를 지나 임당 마을로 향했다.
임당2리 명포마을 입구에는 거목의 느티나무 한그루가 마을을 지키고 있다. 그 아래 길옆에는 “군수 정해상 애민선정비( , 1852년, 철종 3년), ”군수 서유민 영세불망비 , 1828년. 순조 28년)“비가 세워져 있다. 넓은 들판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면 마을회관 못미쳐, 임진왜란 때 선조 임금을 호종한 박경신(1539~1594,선무원종공신 1등)과 의병을 일으켜 활약한 그의 쌍둥이 아들(지남,철남, 각 선무원종공신 2등)을 배향하는 임호서원()도 자리하고 있다. 서원은 어느 지역에 있든 간에 대부분 빗장이 채워져 있다. 옛 선비들의 글 읽는 모습을 볼라치면, 깨금발을 하고 담 너머에서 볼 수밖에 없다. 시쳇말로 꼰대 냄새가 풍길 수밖에는?
햇살이 머리맡으로 따갑게 내려 죌 때 임당리 고인돌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천년의 수명을 자랑하는 느티나무가 세 번이나 자라고 사라져간 유구한 역사를 지닌 곳이라고 안내 글에 적혀있다. 작은 언덕 위에 흩어져 있는 20 여기의 지석묘는 고목에 둘러싸여 있어 더욱 신령 서럽게 보였다. 언덕 아래 폐교가 된 임호초등학교(금천초교 임호분교장,1990.3.1편입) 운동장에는 세월의 잡초만 무성했다.
청도는 산고수장의 고장답게 많은 문화유적이 있다. 임당 마을만 해도 조선시대 궁중 내시로 봉직한 16대 김일준이 통정대부(정3품)의 관직까지 지내다 낙향하여 여생을 보낸 집인 운림고택(; 중요 민속자료 제245호, 15대 김병익:1842-1925 건립)이 남아있다. 1592년 임진왜란 이전부터 400년간 16대에 걸친 내시 가계로 이어져 왔다 한다.
용산(435m) 자락 깊숙한 곳에 있는 경산시 위생매립장과 소각장을 돌아 용산 마을로 내려와 곡란리 난포고택(, 경북도 유형문화재 제80호)에 들렸다. 난포 최철견(, 1525~1594)은 임진왜란 당시, 칠순의 고령에도 향리에서 의병을 일으키고 아화산성 전투에 공을 세웠다 한다. 명종 원년(1546년)에 축조한 조선시대 상류층 주택 양식이다. 대문이 굳게 닫혀 있어서 담장 너머로 눈요기만 한 채 돌아섰다. 길섶엔 가을의 전령사 빨간 코스모스가 하늘거렸다.
- 난포고택 가는 길목/곡란리 -
<여정 메모>
언제:2021.10.1. (금) 06:00~12:00
어디: 대구 가창 들녘, 청도 임당 고인돌, 경산 난포고택
누구: 2명(청산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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