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10일!
구중궁궐 청와대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날로서, 최대의 핫 풀 레이스(hot place)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 드라마 속에 등장한 나무 한 그루가 최고의 명성을 크게 얻고 있다. 소덕동 팽나무, 일명 ‘우영우 팽나무’다. 그곳,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동부마을로 간다.
태풍 ‘송 다’의 간접 영향이지만,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 해서 망설이다가 한 시간가량 늦게 출발했다. 남밀양 나들목으로 나와 상남면 연금리, 하남읍 수산리로 들어섰다. 연금리는 몇 해 전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졌던 ‘구 비행기 격납고’를 찾아갔었던 곳이기도 하다.
낙동강 수산대교를 건너 좌회전하여 10여 분 거리에 북부리(동부마을) 팽나무가 있는 곳이다. 들녘이 온통 초록 물결이다. 논의 벼가 바람에 출렁대는 농촌 내음이 났다. 붉은색, 파란색 지붕 뒤로 우뚝 솟아있는 숲, 팽나무가 우람하다. 일방통행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유명세를 알만하다. 마음이 급하게 달려간다.
아침 여덟 시! 소덕동 좁은 골목에는 차량이 꽉 차 있다. 젊은 사람들이 골목을 누빈다. 당선암으로 가는 뒷길로 올라선다. 야산 구릉지에 뿌리를 내린 팽나무는, 한층 더 고결하고 위풍당당해 보였다. 발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들녘과 낙동강 둔치의 푸른 나무와 풀들이 향기롭다. 가슴이 뻥 뚫린다. 사람들이 열광한다. 마을 어르신 말로는 해마다 정월 초 열흘 날에 제사를 지낸다 했다.
옛 수산교를 건너 밀양 하남읍 당 말리 공원으로 간다. 당산나무와 당집이 있다기에 찾았다. 나지막한 산 위에 야외무대가 있고, 주차장 옆에 너덧 그루의 당산 느티나무는 오색 천 금줄을 달고 있었다. 그 옆, 붉고 푸른색 단청의 당집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배롱나무 꽃 속의 수덕사는 고즈넉했다. 인근 삼한 시대의 수리시설 중의 한 곳인 ‘수산제 수문’이 있는 역사공원을 둘렀다가 무안면 화봉리 서낭당으로 갔다.
밀양의 오지 마을은 당 숲이 많이 남아 있다. 부북면 퇴로리 입구에 소나무 당산과 당집이 있다. 부근 논밭 두어 군데도 당집이 있다지만 확인을 못 했다. 당집과 당산(나무, 돌무더기, 입석)은 마을의 평안을 지켜주는 민속신앙의 발로에서 생겨났지만, 미신 타파와 함께 많이 사라지고 없어졌다. 하지만 옛 선조들의 삶이 녹아있는 귀한 민속자료로서 보호할 가치가 높다.
화봉마을에 이르기 전 삼태리 태봉마을에 들렸다. ‘선화 17년 왕녀 태실, 300m’라는 이정목을 따라서였지만, 마을회관 어머니들이 이구동성 산 대박에 있다 해서 돌아 나왔다. 화봉리 당 숲은 돌무더기와 외과 수술 받은 당산나무가 어울려 있었다. “일하지 않은 자는 먹지도 말라”는 가나안 농군학교가 바로 곁에 있었다. 원주 신림면의 가나안 농군학교에서 체험 활동했던 기억이 났다.
위 화봉마을 화봉 저수지를 돌아 당 고개를 넘어서 청도면 조천리로 내려섰다. 조천리 벼락 맞은 당산나무와 높다란 둔덕 위의 당산나무를 보기 위해서다. 벼락 맞은 당산나무는 잡풀이 무성한 논둑을 따라 들어갔다. 나무 밑둥치가 있는 바닥의 시멘트는 갈라져 있었다. 논둑길에는 송아지만 한 개들이 날뛰어서 오금이 떨렸다. 면 소재지인 구기리 당 숲으로 내려왔다. 구기 저수지 안골을 들어서면 열왕산(663.3m)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머지않아 구기 마을은 감과 능금이 붉고 벌겋게 익는다.
청도읍 유호마을에 들렸다. 고디 탕(다슬기) 국 맛이 일품이라는 식당에서 중식을 위해서다. 그간 유호마을은 몇 번 다녀간 적이 있다. 오례산(626m) 중턱 대운암을 올랐을 때와 70년도 초의 작은 읍 거리를 그대로 보고 느낄 수 있는 풍경 – 정미소, 약방, 이발소, 미장원, 양장점, 시계 점포, 극장 등 – 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조 시인 ‘이호우·이영도’ 남매의 생가가 있는 곳이다.
밀양으로의 여정은 늘 새로움을 느낀다. 창원 북부리 동부마을 팽나무를 만났을 때처럼 , 언제나 신선함이 꿈틀거리기 때문이다.
<여정 메모>
- 언제 : 2022.08.01. (월) 07:00~14:30
- 어디 : 창원 북부리 팽나무, 수산제 수문, 화봉리·조천리 당 숲
- 누구 : 청산 부부
* 벼락맞은 당산나무:밀양 청도면 조천리 593
* 언덕 위 당산나무; 밀양 청도면 조천리 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