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가면
추억으로 가는 자인 여행
청산4130
2022. 4. 20. 15:21
자인 여행의 시작은
자인 계정 숲 삼거리에 내리면서부터다. 버스 정류장이 있는 계정 숲 맞은편의 작은 공원에는 새하얀 목련, 분홍빛 복숭아꽃과 이팝나무꽃이 한데 어우러져 피어 있었다. 그 가운데, 자인 단오제 주역인 한 장군, 오누이 여원화 상과 자인 팔 광대놀이, 계정들 소리, 상징공원 조성 기념비, 6.25 참전 용사 선양 비, 새마을 운동 기념비 등의 조형물이 있다.
계정 숲(도 기념물 제123호) & 현감·군수 공덕비 군
횡단보도를 건너 계정 숲 안으로 발을 내디딘다. 숲은 그다지 크지(50,158㎡)는 않지만 나지막한 구릉지에 굴참나무, 느티나무, 참느릅나무 등, 낙엽 활엽수 수백 그루가 울창한 천연림을 이루고 있다. 홍살문이 세워진 한 장군 묘소로 가는 길로 올라선다. 왼편 숲길 가장자리에는 자인 현감, 군수를 역임했던 선정· 공덕비 30여 기가 기다랗게 서 있다. 옛 자인의 위상을 짐작게 하는 현장이다.
‘증 판서 한 장군 묘’를 찾아 오르다
숲길을 따라 올라서면 보이는 커다란 봉분이 한 장군 무덤이다. 안내 글에 의하면 “1968년 8월, 자인 중·고등학교 본관 건물 신축 공사 중 석실묘가 발견되었다. 발굴 조사 결과 두개골이 포함된 유물과 은으로 제작된 갑옷, 투구, 녹슨 철제 창과 많은 토기류가 출토 되었다. 이 묘를 한 장군의 실 묘로 확정하고, 1969년 5월 10일 이곳으로 옮겨, 매년 단오절에 제를 올리고 있다 한다.” 자인 농업고등학교(1967년~1969년)를 다녔던 시절이다.
한 장군 사당 진충 묘 & 자인 현 정청 시중 당
한 장군 묘소를 우측으로 잠시 비켜나면 사당인 진충 묘가 있다. 그 너머로 ‘한 장군놀이’ 전수관이 보인다. 진충 묘는 평시에는 빗장이 걸려있어서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다. 사당과 인접한 시중 당은 “조선 인조 15년(1637년) 자인 현감 ‘임선백’이 신관리에 세웠던 자인 현 정청으로 원당리와 북사리로 이건 되고, 현재의 시중 당은 1870년(고종 7년) 신축된 건물이라 한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 시 하양, 자인, 경산이 경산군에 합군 된 후 자인중학교 교실로 사용된 적이 있고, ‘요산 정’ 이름으로 옮겨 있다가 1980년 이곳으로 이건 보존되고 있다.”(안내 글). 두 건물 사이 연리 목 앞에 산신 제단이 놓여있다. 단오절, 한 장군 묘소 제례 시 산신에게 먼저 고하지 않았을까 한다.
최고령 당산(회화) 나무 & 슬레이트 지붕, 흙담 위 강아지풀
한 장군 사당인 진충 묘와 자인 현 정청 시중 당을 내려서면 서부동에서 경산시 농업기술센터로 가는 낮은 고개가 나타난다. 길목에 계정 숲의 최고 오래된 당산인 느티(회)나무가 서 있다. 오랜 풍상을 겪은 모습이 역력하다. 자인 고을의 수호신으로 오래전까지는 동제를 올렸던 곳으로 제단이 남아있다. 맞은 편 언덕 위에 ‘경북 기계 금속고등학교’ 학교 건물이 우뚝하다. ‘자인 농업고등학교’에서 교명이 바뀐 지 오래고, 현재 500여명이 공부하고 있다 한다. 서부1길 갈림목의 슬레이트 지붕 아래 무너진 흙담 위에 핀 강아지풀이 햇살에 반짝인다.
- 흙담 위의 강아지 풀 -
황 부잣집 터 원효사를 둘러보다
자인 최고 번화가인 ‘자인면 행정복지센터’에서 계정 숲, 삼정 못을 지나 경산 시내로 나가는 큰길(일연 로)로 나왔다. 강산이 다섯 번이나 더 변한 시각이 흘러간 곳을 더듬어 본다. 사진관. 오케이 빵집, 자인 극장, 남산관(식당), 우시장 모습이 아지랑이처럼 솟아난다. 우체국 옆 골목으로 들어섰다. 원효사 기와지붕이 고풍스럽게 보였다. 경내를 둘러보니 깊은 산사를 찾은 듯 고요하다. 요사 채 담 밑 가지런한 장독이 고향 내음을 풍긴다. 옛날 황 부잣집 터 온기가 참 부드럽다.
동부동 당산 회화나무를 쳐다보다
자인 전통시장을 거쳐 설총로 큰길에 있는 당산 회나무를 찾아갔다. 금박산 자락 신관리와 읍천리에서 흘러온 맑은 물이 당산나무 아래서 몸을 섞었다. 물길은 다시 시가지와 계남 들녘을 질러 오목 천으로 들어간다. 당산 회나무도 오랜 세월의 아픈 흔적을 온몸으로 감싸 안고 있었다. 학교 다닐 적, 3년 내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바라보고 다녔던 나무다. 지금 ‘회나무 흑염소 식당’ 자리가 자전거방 이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오랜 시간 잊고 지내왔다. 올봄에도 무성한 가지를 뻗을 테지···. 친구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자인 초등학교 회화나무 & 자인향교를 찾다
자인초등학교 운동장 한쪽에도 250년쯤 된 노거수 회화나무가 있다. 넓은 운동장에서 거리낌 없이 마음껏 하늘로 치솟아 자랐다. 아직 잎이 피지 않은 나목이지만 위용은 대단해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하여 학교 지킴이 분의 승낙으로 잠시 둘러보고 나왔다. 화단 한편에는 석탑의 부재가 삼층으로 올려있다.
복사꽃이 화사하게 핀 교촌길9길 14. 자리한 자인향교를 찾아간다. “고려 공민왕 연간에 창건 후 조선 명종 17년(1562년)에 중건된 향교는 임진왜란 시 불타고, 1615년(광해군) 도천산 아래로 옮겼다가 1728년(영조 4년) 지금의 자리에 다시 세웠다. 그 뒤 1924년 명륜당, 1926년 대성전을 중수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때마침 목요일은 서예 교육이 있어 대성전까지 안내받았다. 압량면, 진량면, 용성면, 남산면 일원에는 향교가 없는 곳이라서 자인향교가 더욱 빛난다.
원효 성사 탄생지 제석사로 가다
경산 지역에서 탄생한 삼 성현(원효, 설총, 일연)중, 한국불교의 위대한 고승이자 사상가인 원효 성사(617~686)가 진평왕 39년 압량군 남불지 촌 북쪽 밤실 사라수 아래에서 태어났다 한다. 이곳에 원효가 사라사(현 제석사)를 지었다 전한다. 매년 음력 5월4일 원효성사 추모 다례 재를 봉행하고 있다. 일주문 처마를 용트림하듯 휘감아 도는 고목나무(팽나무, 물푸레나무, 느릅나무?)를 쳐다보면, 원효 어머니 조씨 부인이 유성을 품에 안고 잉태하였음과 연이 닿았을까? 대웅전과 새로 건립한 ‘원효성사 전’에 예를 한 뒤 제석사를 나섰다. 몇 해 전의 단오 행사 때 경내에 유명 가수() 노래잔치에 놀라 했던 그날이 생생하다. 시대의 변화를 깨닫지 못했음이다.
자인 여정을 마치면서
지금도 도시 근교의 농경 생활지지만 산업, 교통, 교육, 문화, 전통 등이 변화에 잘 부응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면서도 자연림의 계정 숲, 한 장군 오누이 여원무 · 팔 광대놀이, 계정들 소리, 단오 굿, 자인향교, 민속신앙 당산나무, 재래 오일장 등이 한데 어우러진, 내 꿈이 자란 추억을 품고 있는 고장이다.
<여정 메모>
- 언제 : 2022.04.07. (목) 10:00~18:00
- 어디 : 자인 일원(계정 숲, 동부동 당산, 자인초교, 자인향교, 제석사, 원효사)
- 누구 : 2명(만호, 청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