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가면

송운천성(松韻泉聲)의 집ⅱ

청산4130 2008. 5. 19. 23:55



- 송원천성의집(허 남길 화백님의 작 청산 케리커처, 만화책, 반가사유상, 백자등)-

열병 앓는 나날들


봄 날은 파란 보리 이삭의 아지랑이 처럼 다가서면 사라지는 그리움에 가슴앓이를 하곤 한다. 나의 삶도 그런 추억들을 한겹 한겹 쌓으면서 살아 왔는지 모른다. 그것이 비록 하찮은 것일지라도 한번씩은 열병을 치렀기 때문이다.


열병의 사전적 풀이는 말라리아 등의 병으로 신열이 높은 것이라 한다. 그리고 광(狂)이란 하나의 일에 지나치리만큼 집착하여서 매달리는 것이라 정의되어 있다. 요즈음 나는 새로운 열병을 앓고있다. 말라리아 보다 더 심한 옛날의 만화책 수집에 대한 신열 때문이다. 아직 광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만화방이나 헌책방을 찾아서 어디든지 쫓아다닌다.

이처럼 잊혀진지 오랜 만화에 대한 열정은 우연히지난 1월 중“부천 만화연구 센타”에서 복간한 김 종래 화백의 만화책 “마음의 왕관”과 만화 대여점에서구입한 "황금가면(김종래/‘97/복간)”을 손에 넣고서부터이다. 어릴 적에 많이 본 만화에 대한 향수가 봇물처럼 용솟음쳐서 마음을 주체할 수 가 없었다. 유년 시절의 기억 저편에서 끄집어 낸 추억의 만화는 초등학교 3학년 때에 읽어 본 김 종래 작가의 “엄마 찾아 삼 만리”였다. 큰 집 형으로부터 빌렸던 그 책의 내용은 기억이 잘나지 않지만 탱자나무 울타리를 지나서 새 하얀 눈발이 밭고랑 사이를 꽁꽁 덥고있는 이른 아침에 돌려주러 갈 때까지 밤새 눈언저리가 시뻘겋게 달아오르고 조그마한 가슴이 한없이 아렸었던 책이었다. 그 당시 보았던 만화 중엔 박기당의 “백팔귀” 김경언의 “의사 까불이” 와 이름을 알 수 없는 작가의 “똥팔이 해수욕장”의 재미들이 소록소록 다시 피어난다.

~중략~

만화책을 모으기 전에는 DVD 타이틀에 한동안 또 열병을 치렀다. 15년을 넘게 사용해 왔었던 구형TV를 안방으로 들여놓을 때 거실에는 디지털 HDTV와 DVD 풀레이(콤보)를 함께 구입을 했다. 그기5.1ch 스피커를 연결하여 홈 시어터를 구성했다.오마사리프 주연의 “닥터 지바고”와 “진주만”을 감상하고, “벤허” “아라비아 로렌스”를 거쳐 니콜 키드만의 아름다움 만큼이나 감미로운 음악이 있는 “물랑무즈”의 타이틀에 빠져들기도 했다.

왜 이렇게 한번씩 홍역을 치르고 지나가는지 고개를 저어보기도 했다.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해서 한 두 번씩은 열병을 앓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모든 것들이 풍족함이 가져다준 새로운 문화 병이라 생각한다.

달초 연휴(3.1-3.3)를 이용하여 고성에 있는 통일 전망대로 여행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북한 상품관에서 북에서 생산한“들쭉술” 한 병과 김일성 동상이 디자인된북한우표 2세트를 구입했다. 몇 해 전까지만 북한 우표는 해외 구입을 통해서 갖고온 것을 생각하면 변화의 속도가 엄청남을 체험한다.

역시 중학교에 다닐 때에는 우표 수집에 열을 올렸다. 그때 만해도 금전적으로 넉넉하지를 못해서 새우표 보다는 헌우표 위주였다.친구나 친척 집으로 배달되어온 편지 봉투를 찾아 마을을 다 뒤지곤했다. 그때 모은 헌 우표가 1,000 여장이 나될 것 같다. 그 뒤 몇 해 동안은 체신부에서 발간한 우표책을 사모으다가 지금은그만둔 셈이다. 그래도편지 봉투를 보면 우표를 떼어내 지갑에 넣는 습관이 남아있다.


우표 수집에서 다시 한동안은 담배 갑 껍질을 모으기 시작했다. 70년대 후반부터 경제발전에 불을 지피기 시작할 때부터 나라의 기간업의 착공 또는 준공을 기념할 때에“00개통기념”, “건군 42주년 국군의 날 기념(88라이트:90.10.1)”, “제74회 전국체육대회 기념(한라산:93.10.1~10.17.광주)” 등의 문구가 새겨진 담배가 나왔다. 모르긴 해도 한참이나 이 점방 저 상점을 기웃 거리면서 새 담배를 사모와 수십 종류가 모아져 있다.

수집 병도 나이가 들면서 변화를 겪게되고, 또한 애착 여부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했다. 초등학교 저 학년 때의 종이때기, 구슬치기 등이 세월과 함께 변하여 왔듯이 담배 갑 모으는 그것도 이내 시들해 버렸다. 그리고 나서 80년대 초의 학교 자율화의 물결에 교복이 사라졌을 때엔 학교 뺏지를 수집했다. 그 뺏지 수집도 교복을 입지 않은지가 몇 년이 지난 후의 시작이라 쉽게구할 수가 없었다. 오래된 학교 앞의 문방구를 찾아서인근 교외까지 헤매기도 했었지만 시기를 놓친 탓에그것도 중도 포기를 했다. 지금은 교복이 다등장하고, 뺏지도 새로이 제자리로 돌아 왔지만 다시금 수집 하고픈 마음은 없다. 무척 아이러니 하다면....그때에 모은 100 여 개의 수집 품 중에 "대구삼덕 초등학교"와 "청구고등학교"의 모표가 기억에 남아있는 것 같다.

~생략~

지난 3월 고성과 속초 여행에서 내려올 때에 들렸던 강릉의 " 소리 박물관"은 가슴에 크게 한 아름안고 온것 같다. 에디슨이 만든 1900년대의 축음기와 스피커에서는 세월의 공간을 넘어선 오늘까지 아름답고 고운 선율을 발했다. 온몸으로 전율돠어온 그 감흥은아아직도 잊지를 못한다. 한 사람의 집념이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따스하게 감싸 안기도 하고, 때론 용광로 속의 쇳물처럼 달아오를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한 열정을 지닌 분이야말로 진정한 자기만의 명기를 그리는 혜안을 가진 선지자라 확신한다.


나는 요즈음도 가끔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고 있다. 문갑 위 항아리 속에 쌓여지는 작은 성냥갑(300개)을 모으는열병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광(狂)도 남아 있다.발길 닿는 곳에서의 잡동산이(雜同散異:리우렛/입장권/주차권등)를 모으는 것이다. 비록 이런 행위들에 대해서 진정한 열(熱)과 광(狂)의 혼을 불어 넣지를 못하는 자책감은 있을지라도 말이다.

※ 2002년 3월말에 쓴 내용을 8.19 23:00 에 다시 한번 더정리 하다.


-광주 비엔나레 참관 기념(2001년)시 구입한 컵



-반가사유상 과 법수사지



-실크로드 난주 병령사 석굴 와불



-잃어버린 보문사지에서



-우 주 석 (포항산:오래전 시민회관 앞 노정에서 구입)



-인도 라닥 가는 길목의 라마유르 곰파(절)에서(탑,마니석, 돌고래)



-인도 라닥 가는 길목의알치 곰파에서



-실크로드 투루판(여인)



-실크로드 투루판(비파를 켜는 여신)



-낙타(뒷줄:돈황 명사산, 앞줄:인도산)



-말(뒷줄:몽골, 가운데:중국 장안, 앞줄: 변산반도 영상테마파크)


-조각 군상들(계명대학교 성소박물관 이집트 유물 초대전의 파라오)




-조각 군상들(앞줄 좌측 2번째/티베 여인(네팔 구입), 앞줄 우측끝/작은목각 인물 2점:스웨덴 구입)


-제주 돌 하르방



-아프리카의 노부부



-각시 와 신랑



-조각(러시아:왼편/ 이르쿠츠크 공항 , 우측/딸찌 박물관)



- 여인 상




-잡동산이 모음(우측 상단 만화 우표 : 엄마 찾아 삼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