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설친 눈을 비비고 호텔을 나섰다. 어저께 못 간 법환 포구로 다녀올 걸음이다. 제주 월드컵 경기장 우람한 건물 옆 골목으로 해서 법환 포구까지는 20여 분이 걸리는 것으로 되어있었다. 골목길을 도는 밭에는 온통 노랗게 익어가는 감귤이 주렁주렁 달렸다.
포구의 아침이 분주해 보였다. 고깃배가 들어오고 나가는 것도 아닌데, 방파제 끝머리에 사람이 몰려 있었다. 이른 시간에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동호인들이 뱃전으로 오르고 있었다. 그 뒤편 방파제 너머로 호텔에서 바라보던 범섬이 우람하게 서 있다.
모슬포항과 운전항을 지나는 해안 길을 따라 대정읍 상모리로 간다. 셋알오름과 안산(바굼지 오름) 아래 알뜨르 들녘에 구축한 비행기 격납고와 지하 벙커 군사 시설물이 있는 알뜨르 비행장을 찾아가는 길이다. 비행장은 역사 속 제주 도민의 아픔이 베여있는 곳으로 남아 있다. 멀리 하늘을 향한 솟대처럼 높게 치솟은 조형물이 가물거린다. 비둘기를 안고 있는 소녀상이다. 알뜨르 비행장 앞 넓은 들판에 서서, 간악한 일본의 잔재를 바라본다. 온몸에 전율과 손끝이 절여 왔다.
“알뜨르 비행장의 콘크리트 격납고는 일제 강점기, 일본 조선군이 모슬포 주민들을 동원하여 1920년대부터 1930년대 중반까지 군용 비행장으로 건설하였다. 66ha 넓이의 비행장 안에 폭 20m, 높이 4m, 길이 10.5m 규모의 20개 격납고가 세워졌다.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면서 본격적으로 전초기지로 쓰이기 시작하면서, 약 700km 떨어진 중국의 도시인 난징을 폭격하기 위해 오 무라 해군항공대의 많은 전투기가 출격하였다. 중일전쟁 기간 중 2차 공사를 통해서 규모는 40만 평으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1938년 11월에 일본군이 상하이를 점령하면서 오 무라 해군항공대는 중국 본토로 옮겨졌고 이에 따라 알뜨르 비행장도 연습비행장이 되었다.
1942년 진주만 공습으로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여 본격적 요새화되어 264ha로 학장 되었다. 1944년 10월 3차 공사로 레이더 진지와 각종 지하 진지들이 건설되었고, 1945년 2월 9일 결호 작전이 승인되면서 연합국의 상륙에 대비하여 각 시설을 잇는 터널 네트워크를 형성하였다.
반환 이후 힌국전쟁이 발발하여 제주도로 건너온 육군 제25 교육연대가 모슬포의 오 무라 병영에 제1 훈련소를 차리면서 알뜨르 비행장을 훈련장으로 이용하였다. 제5공군 군사고문단원들이 주둔하였는데, 이때부터 K-40 비행장으로도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2006년 11월 29일, 대한민국 근대 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서 격납고 지하벙커, 섯알오름의 동굴 진지와 고사포 진지가 지정되었다. (활주로 제외)“ -위키백과 인용
일제 야만의 격납고를 등록문화재로 가져야 하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들녘을 되돌아 나온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11기의 격납고가 눈에 들어왔다, 섯알오름 아래는 또 하나의 비극인 제주 4.3 사건 예비 검색에 희생된 장소에 세워진 위령비에 들렸다.
일제 강점기에 건설된 비행기 격납고는 제주뿐만 아니라, 육지 여러 곳(경남 밀양·사천, 경북 영천, 전남 무안)에도 그 흔적이 남아있다. 불기 2562년(2018.5.24) 부처님 오신 날, 밀양 연금리에 있는 격납고를 어렵게 찾아가 보았다. 산모퉁이 안에 자리해 감추기에 용이하고, 앞은 넓은 들녘으로 최적의 조건으로 보였다. 침략의 야욕 앞에서도 척화비만 끌어안고 있었으니, 얼마나 호된 값을 치르지 않았던가? 알뜨르 비행장에 있는 지하 벙커를 살펴보지 못한 우를 범함도 마찬가지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았던가?
< 그 뒤의 일정~~ >
< 추사 김정희(1786~1856) 유배지 탐방 : 14:00~15:00 >
●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12호로 지정된 조선 태종(1418) 때. 왜구의 침략을 막기 위해 축성한 “대정현성” 성곽을 둘러보면서 선현의 지혜를 생각함. 성문을 지킨 돌하르방 12기 있음.
● 조선 헌종 6년(1840), 55세의 나이로 제주에 유배되어 헌종 14년 (1828)까지 약 9년간 머문 곳, 국보 제180호인 “세한도”와 추사 체를 완성함, 제주 유생들에게 학문과 서예를 가르쳤음.
< 환상숲 곶자왈 공원 탐방 : 15:40~17:10 >
● 숲 해설가와 함께 한 시간 동안 자연을 체험 함
● 숲을 뜻하는 제주어 “곶”과 가시덤불을 뜻하는 “자왈”을 합쳐만 든 글자로, 화산이 분출할 때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위로 나누어 져 요철 지형이 만들어 지면서, 나무 덩굴식물이 뒤섞여 원시림 의 숲을 이르는 곳을 말함.
< 새연교 야경 및 음악분수 관람 : 20:00~20:20 >
● 시귀포 항 앞 새섬과 연결된 다리로서 새로운 인연을 만든다는 뜻을 지닌다 함. 항구의 밤은 참 예쁨.
● 시범으로 운영하는(20:00~20:20) 음악분수를 볼 수 있어서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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